해와 달이 된 오누이 개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전래동화 중 하나입니다. 이 이야기의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도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라고 하는 호랑이의 명대사(?) 만큼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 보셨을텐데요. 전체 국토의 70%가 산지인 한반도에서 호랑이는 한반도 전역에 서식했었습니다. 이후 일제강점기 동안에 일본의 무분별한 호랑이 포획 사업으로 호랑이 개체수는 급격히 감소하였고, 이후 산업화로 인해 호랑이들의 서식지들이 황폐화됨으로써 그나마 남아있던 호랑이들까지 멸종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시절 사람들에게 있어 호랑이는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두려운 존재인 동시에, 신비한 능력을 지닌 영험한 존재로 여겨졌다고 하지요. 그래서 호랑이는 오랫동안 한국인들에게 위협인 동시에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민화나 전설 속에는 유독 호랑이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랍니다.
아주 먼 옛날, 호랑이가 담배를 피울 적 이야기랍니다.
엄마와 오누이
깊은 산골 마을에 어머니와 어린 오누이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일하러 나가면, 오누이는 어머니를 기다리며 놀았어요.
어느 날, 어머니는 이웃 마을로 일을 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얘들아, 엄마는 이웃 마을에 다녀오마. 잘 놀고들 있거라.”
“네, 어머니. 조심히 다녀오세요.”
어머니는 하루 종일 힘들게 일을 하고, 품삯으로 받은 떡을 바구니에 담아 머리에 이고 고개를 넘고 있었습니다.
‘꼬르륵’
어머니 배에서 소리가 났어요. 하루 종일 일을 하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이런! 배가 너무 고프구나. 이 떡 하나만 먹을까? 아니야, 내 새끼들 먹일 떡이야. 조금만 참자.”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그때, 어두운 숲속에서 산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으르렁!”
멀리서 들려오는 무서운 맹수들의 울음소리에 놀란 어머니는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이제 막 고개를 넘으려던 순간, 어머니는 누군가가 커다란 나무 뒤에 숨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어디 가는 길이요?”
어머니는 깜짝 놀라 걸음을 멈췄습니다. 나무 뒤에는 커다란 호랑이가 눈을 번뜩이며 어머니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왜 그러니, 호랑아?”
“어디서 떡 냄새가 나는구만! 아주머니, 떡 하나만 주면 안 잡아먹지!”
어머니는 얼른 떡 하나를 꺼내 호랑이에게 던졌습니다.
호랑이는 떡을 한입에 꿀꺽 삼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어요.
안도한 어머니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아까 그 호랑이가 어느새 어머니를 쫓아온 것이었어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호랑이는 또 떡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떡이 아깝긴 했지만, 어머니는 잡아먹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어요.
“여기 있다.”
그녀는 떡을 호랑이에게 던져 주고 얼른 도망쳤어요.
“이제는 안 따라오겠지?”
어머니는 언덕을 힘겹게 오르고 있었지만, 그곳에도 호랑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남은 떡이 하나도 없었던 어머니는 너무 무서워 졌어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떡은 네가 다 먹어서 이젠 하나도 없어!”
그러자 호랑이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습니다.
“그럼 이제 아줌마를 잡아먹어야겠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호랑이는 어머니를 덥석 잡아먹고 말았어요.
엄마로 변장한 호랑이
호랑이는 어머니의 옷을 입고 머리에 수건까지 두른 뒤, 오누이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 안에서는 오누이가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엄마가 오실 때가 됐는데…”
“곧 오실 거야. 걱정하지 마.”
오누이의 대화를 들은 호랑이는 군침을 흘리며 중얼거렸어요.
“흐흐흐, 요 녀석들… 내가 맛있게 먹어 주마!”
호랑이는 문을 두드렸어요.
“똑, 똑!”
누이동생은 어머니가 온 줄 알고 기뻐하며 문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오빠는 문에 비친 그림자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응? 엄마의 그림자가 어딘가 이상해!’
“누구세요?”

“너희들 엄마야. 어서 문을 열어라.”
“너희들 엄마야. 어서 문을 열어라.”
오빠는 엄마의 목소리가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엄마 목소리가 이상해요.”
“엄마가 힘들게 일하느라 목이 쉬었단다. 어서 문을 열어라.”
“그러면 문틈으로 손을 내밀어 보세요.”
호랑이는 앞발을 문틈으로 내밀었습니다.
“앗, 호랑이다!”
오빠는 누이동생의 손을 잡고 재빨리 창문으로 도망쳤어요.
호랑이는 문을 부수고 들어갔지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녀석들, 내가 꼭 찾아서 잡아먹을 테다!”
오누이를 쫓는 호랑이
호랑이는 집 밖으로 나와 우물가로 갔습니다.
“고개를 넘어오느라 목이 마르군. 물 좀 마시고 가야겠다.”
우물 속을 들여다본 호랑이는 깜짝 놀랐어요.
“엇? 이 녀석들이 우물 속에 숨어 있네!”
호랑이는 앞발로 물을 마구 휘젓기 시작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가 본 것은 물에 비친 오누이의 모습이었어요.
오누이는 나무 위에 올라가 호랑이의 바보 같은 행동을 보며 웃었어요.
웃음소리를 들은 호랑이는 나무 위를 바라보았습니다.
“얘들아, 어떻게 나무 위에 올라갔니?”
“참기름을 바르고 올라왔지!”
호랑이는 부엌으로 들어가 참기름을 몸에 듬뿍 바르고 나무에 올라가려 했지만, 미끄러져 번번이 떨어졌어요.
누이동생은 그런 호랑이를 보며 놀리듯 말했어요.
“하하하! 저 바보 같은 호랑이 좀 봐! 도끼로 나무를 찍으면서 올라오면 쉬울 텐데!”
그 말에 호랑이는 창고에서 도끼를 꺼내 나무를 찍으며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누이동생은 입을 막으며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어요.
새 동아줄, 썩은 동아줄
오누이는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갔고, 오빠는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천지신명님, 저희를 살려 주시려거든 새 동아줄을 내려주시고, 저희를 죽이시려거든 썩은 동아줄을 내려 주세요.”
그러자 하늘에서 정말로 동아줄이 내려왔습니다.
“천지신명님, 고맙습니다.”
오누이는 얼른 동아줄을 붙잡고 하늘로 올라갔어요.
호랑이도 기도했습니다.
“저에게도 동아줄을 내려 주세요.”
하늘에서 또 동아줄이 내려왔지만, 이번에는 썩은 동아줄이었어요.
호랑이는 그것도 모르고 오누이를 따라 올라갔습니다.
거의 구름이 닿을 만큼 올랐을 때—
“찌지직… 툭!”
호랑이가 잡고 있던 썩은 동아줄이 끊어져 버렸습니다.
“으아악! 호랑이 살려~!”
호랑이는 끝도 없이 추락하다가 마침내 수수밭에 떨어져 죽고 말았어요.
하늘나라에 도착한 오누이는 천지신명들을 만났습니다.
비록 어머니를 잃어 슬펐지만, 천지신명들은 아이들을 위로하며 말했어요.
“아이들아, 내가 너희들을 가엽게 여기노라. 오빠는 해가 되고, 누이는 달이 되거라.”
그리하여 오빠는 낮을 밝히는 해가 되었고, 누이는 밤을 밝히는 달이 되었답니다.